방금 통화한 사람이 변호사일까요?
나를 상담해 준 사람이 변호사일까?
내가 검색한 그 변호사가 맞을까?
"제가 검색했을 때 본 그 변호사님이 직접 전화받아주시고 상담도 해주셔서 놀랐습니다." 저를 찾아온 의뢰인들로부터 종종 듣는 말입니다.
분명 내가 검색한 변호사는 홍길동 변호사인데, 막상 전화를 걸거나 찾아가 보면 홍길동이 아닌 다른 변호사 또는 변호사조차 아닌 사무장이 상담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어쩌면 이런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경우는 상담 마지막에 홍길동 변호사가 잠시 들어와 인사만 하기도 하고, 사건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찾아갔더니 내가 검색한 변호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상담을 해주었다면 그 사람은 그 회사의 사무장이거나 연차가 낮은 변호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담 과정에서는 당장 선임하지 않으면 구속될 수 있다는 식으로 겁을 주기도 하고, 믿고 맡기면 다 잘 해결될 것이라고 안심시키기도 합니다.
사무장 고용의 적법성은 둘째 치고, 최소한 홍길동 변호사를 만날 것을 예상하고 찾아간 의뢰인의 기대에 어긋난 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내가 검색할 때 본 그 변호사가 상담 시간 내내 나를 직접 상담해 줄 것인지 그리고 그 변호사가 나의 사건을 직접 끝까지 처리해 줄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단 한 번도 변호사와 직접 연락한 적이 없다고 불평하시는 분들을 매우 자주 봅니다.
믿고 맡긴 그 변호사가 내 사건을 처리할까?
블로그에 쓴 글은 변호사가 쓴 것일까?
내가 선임한 그 변호사가 직접 업무 처리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검사나 판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사무장 또는 갓 변호사가 된 경력이 짧은 변호사에게 업무를 맡기기 때문입니다. 상담할 때는 의뢰인이 직접 변호사의 얼굴을 잠깐이나마 볼 수 있지만 정작 선임 이후 본격적인 업무를 할 때에는 의뢰인이 변호사가 일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사건을 맡기로 한 변호사가 직접 일을 하지 않고 경력이 짧은 변호사에게 업무를 맡긴 것이 반드시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업무를 통째로 맡기고 사건 내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홍길동 변호사가 처리해 줄 것을 기대한 의뢰인의 신뢰에 어긋날 수 있습니다.
저를 찾아오는 분들의 반 이상은 "정말 검사 경력이 있으신 변호사님께서 사건을 직접 다 처리해 주시나요?"라고 묻습니다. 내가 검색해서 찾은 변호사가 직접 일을 해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임에도 위와 같이 문의하시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곳이 매우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블로그에 포스팅한 글 역시 변호사가 직접 작성하는 경우보다는 업체에 의뢰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용적으로 틀린 경우가 매우 많지만 법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의뢰인들로서는 틀렸는지조차 알 수 없고, 얼핏 자기가 처한 상황과 유사한 내용이 담긴 글을 보고 다급한 마음에 무작정 신뢰하기 쉽습니다.
네이버 검색 상단에 뜨는 변호사?
네이버 검색 첫 페이지에 노출되는 로펌?
변호사를 고를 때 통상 인터넷 검색에서 시작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변호사를 골라야 할지 모르다 보니 검색했을 때 상위에 노출되는 변호사나 로펌을 찾아가기 쉽습니다.
그런데 네이버에서 '변호사', '로펌'과 같은 법률 관련 키워드를 검색할 경우 대부분 '파워링크' 탭이 가장 먼저 노출되는데, 이는 더 높은 광고료를 지불한 변호사(로펌, 변호사 사무실 포함)가 차지하게 됩니다. 결국 더 많은 광고료를 지불한 사람이 상위에 노출되고, 이는 당연히 변호사의 능력이나 실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파워링크’ 탭 아래는 블로그나 카페에 포스팅한 글을 보여주는 ‘VIEW’ 탭이 나오는데 이곳에 게시된 글들은 업체에 돈을 주고 맡겨 작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틀린 내용이 담겨 있을 때가 매우 많습니다. 심지어 외국인이 구글 번역기를 돌려서 쓴 것처럼 문장이 어색하고 문법이 뒤죽박죽인 경우도 허다합니다. 내가 찾아가려고 하는 변호사가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다 보니 해당 글에 소개된 변호사는 의뢰인이 읽은 글의 내용이 무엇인지 모를 수 있어 그 글만으로는 그 변호사가 나의 사건을 맡아줄 적임자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검사 재직 시절 그리고 변호사로 활동하는 지금 당사자들이 제출하는 의견서와 변론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결코 광고료를 많이 지불하여 상위에 노출된 변호사나 로펌이 더 잘한다거나 더 열정적이지 않았습니다.
대형 로펌에 맡기면 무조건 이길까?
홈페이지 대문 사진에 팔짱 끼고 있는 다수의 변호사들이 모두 내 사건에 관여할까?
큰 회사일 수록 검색했을 때 수십 명의 변호사들의 단체 사진이 나옵니다. 그중에는 정장을 입고 각자 팔짱을 끼고 있어 무엇이든 해결해 줄 것 같은 든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디를 찾아가든 결국 나의 사건을 주도적으로 맡아줄 변호사는 1명이기 때문에 변호사 수가 많다고 해서 결코 광고나 홈페이지에서 본 그 많은 변호사들이 나의 사건을 맡아주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만났던 의뢰인 중에는 "변호사님, 상대방 측에서 제출한 서면에는 변호사님들 이름과 도장이 10개나 들어가 있어 더 강해 보여요"라고 말씀하신 분이 계십니다. 단언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서면에 이름과 도장이 찍혀 있는 모든 변호사들이 사건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서면에 등장한 변호사들 중 실제로 사건의 내용을 아는 사람은 1명이고, 그 1명은 경력과 경험이 얼마 되지 않은 어린 변호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면에 등장하는 나머지 변호사들은 어떤 사건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검사 재직 시절 그리고 변호사로 근무하는 지금, 서면에 등장한 수많은 변호사들 중 몇 명에게 연락해 보면 대부분 사건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고, 그중 가장 경력이 낮은 변호사에게 연락해야 그나마 내용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형 로펌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사건을 주도적으로 맡아줄 1명의 변호사가 누가 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변호사들은 왜 홈피에 학력을 쓰지 않을까?
변호사님은 사법고시 출신인가요?
로스쿨 출신인가요?
놀랍게도 로펌이나 변호사의 홈페이지를 보면, 변호사의 학력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는 경우도 많고, 학력 중 일부만 적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급하게 변호사를 찾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울대를 예로 들겠습니다. 서울대에서 법학이 아닌 다른 분야를 전공하고, 지방에 있는 로스쿨을 나온 경우 통상 자신을 '서울대 출신 변호사'라고 소개합니다. 그러나 변호사를 소개하는 상황에서 '서울대 출신'은 서울대를 나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서울대에서 법을 전공했음을 암시하기에 자세한 내용을 생략한 채 '서울대 출신 변호사'라고 쓴다면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것일 수 있습니다. 또한 어떤 변호사들은 학부와 석사를 모두 생략한 채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고만 적기도 하는데 이 또한 의뢰인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닙니다.
학력뿐만 아니라 출신 시험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사법고시에 합격하거나 로스쿨을 졸업하여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어느 쪽인지 적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어도 변호사라는 직업에 있어 학력과 출신 시험은 의뢰인들이 어떤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길지 결정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저를 찾아오시는 상당수의 의뢰인분들은 "변호사님은 로스쿨 출신 아니고 사법고시 출신 맞으시죠?"를 물어보는데 이는 의뢰인이 어떤 변호사를 찾아갈지 결정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임을 말해줍니다.
학력과 학벌이 결코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결국은 누가 나의 사건을 열정적으로 맡아주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변호사를 직접 만나보고, 함께 일을 해보기 전까지는 어떤 변호사가 능력 있고, 나의 사건을 열정적으로 처리해 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검색 단계에서 변호사를 찾는 상황에서는 변호사의 학력과 경력이 매우 중요한 정보일 수 있습니다.
희망적인 말 듬뿍해주는 변호사?
겁먹게 해서 선임을 부축이는 변호사?
"변호사님은 왜 좋은 얘기는 하나도 안 해주시나요? 변호사님은 왜 변호사를 선임하라는 말을 안 하시나요?" 의뢰인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입니다.
변호사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의뢰인의 사연을 꼼꼼하게 듣고, 사건 기록을 검토한 다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조언해 주는 것입니다. 민사사건의 경우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할지, 부인할 경우 어떤 부분을 어떤 이유로 부인할지 조언해야 하고, 형사사건의 경우 혐의사실을 자백할지, 부인할지 조언해야 합니다.
형사사건으로 예를 들면 사건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의뢰인이 억울해함에도 자백을 권유하면서 합의하라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사건이 뜻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경찰, 검사, 판사 핑계를 댑니다. 경찰, 검사, 판사가 이상한 경우도 분명 있지만 사건을 꼼꼼하게 파헤치지 않고 업무처리의 편의를 위해 위와 같이 조언하는 것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변호사를 찾아간 의뢰인의 기대에 어긋날 수 있습니다. 또한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다짜고짜 의뢰인에게 겁부터 주고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말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를 요합니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렇게 하세요.
결국 누구에게나 가장 필요한 변호사는 나의 사건을 열정적으로 맡아줄 능력과 경력이 풍부한 변호사일 것입니다. 그러나 검색할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변호사 홍수 속에서 누가 이런 변호사인지는 결코 검색만으로 알 수 없고, 그렇다고 모든 변호사를 만나보고 정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검색 단계에서는 객관적인 요소들을 기준으로 나와 상담해 줄 변호사를 선택하는 것이 그나마 위험을 줄이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변호사의 학력과 경력 그리고 출신 시험을 확인하고, 내가 선택한 변호사가 상담 시간 내내 직접 나와 상담을 해주는 것인지 명확히 확인한 다음,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을 통해 나의 사건을 직접 열정적으로 맡아줄 변호사인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그 변호사가 직접 처리해 주는지, 선임 이후에는 '저희 회사 담당 변호사님이 연락드릴 거예요'라고 말하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상담료가 소요될 수 있지만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한 중대한 순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정의 상담료는 감수해야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무료 상담이 매력적이라고 해도 열심히 검색해서 찾아갔더니 내가 검색한 그 변호사가 아니거나 변호사도 아닌 사람이 상담을 해준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