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신고, 무작정 경찰서 가면 해결될까?

상대방의 동의 없이 함부로 신체적 접촉을 하면 강제추행죄(성추행과 사실상 같음)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이를 문제 삼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고소도 있고, 112 신고도 있고, 경찰서로 달려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현장에서 당장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면 당연히 그 자리에서 112에 신고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어떤 방법으로 문제 삼을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그리고 불쾌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신고나 고소를 해서는 안 됩니다. 불쾌하고 수치스러운 것과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다른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함부로 문제 삼을 경우 오히려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추행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간략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고소장을 작성해서 제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데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고소장을 써서 낸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래전 일이고, 제 말뿐인데 그래도 가능한가요?

"오래전에 당한 일이고, 증거라고는 제 말밖에 없어 증거가 없는데 그래도 고소가 가능한가요?"

성추행 고소를 앞두고 가장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성추행을 비롯한 성범죄 사건은 대부분 은밀한 장소에서 순식간에 발생하기 때문에 말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말만 있어도 고소가 가능하고 처벌도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말도 강력한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하는 제3자인 경찰, 검사, 판사로 하여금 피해 당한 사실을 믿을 수 있게 해야 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고소장을 작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경험한 것임에도 고소하는 사람과 고소당한 사람의 주장은 결코 같지 않기 때문에 제3자의 입장에서 함부로 어느 한쪽의 편을 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검사로 근무할 당시 많은 성추행,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기도 하고, 경찰을 지휘하기도 하였는데 한쪽 말에 따라 구속을 하기도 하였고, 무혐의 처분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으로 사건의 첫 단계인 고소장 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줍니다.

성추행 고소장 작성이 쉽지 않은 이유

위에 적은 것처럼 성추행과 같은 성범죄 사건은 진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설득력 있게 고소장을 작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의뢰인이 상담 때 해준 말만 요약해서는 안 됩니다.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두서없이 피해 내용을 말하고, 어떻게 말하는 것이 설득력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변호사가 꼼꼼하게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성공적인 고소장은 처음 이를 접수하는 경찰이 보았을 때 범죄가 성립한다는 느낌이 들어 수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경찰을 지휘했던 경험을 토대로 경찰의 눈높이에 맞게 어떤 점에 대한 수사가 필요한지까지 꼼꼼하게 작성해 드리고 있습니다. 사건 발생 일은 물론 그 전후의 사정까지도 모두 신뢰가 가도록 상세히 기술하고, 고소장을 제출하기까지 의뢰인과 여러 번의 면담을 거쳐 제가 사건에 몰입될 때까지 파악합니다. 또한 고소인의 주장에 신뢰가 가도록 제가 직접 증거를 수집하기도 하는데 검사로 근무하며 직접 수사를 해본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고소장을 꼼꼼하지 않게 써서 내거나 무작정 경찰서에 가서 그곳에 비치된 한 장짜리 고소장을 써서 냈다가는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번 수사가 시작되면 이후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돌이키기 어렵습니다. 상대방 처벌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오히려 상대방으로부터 역공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고소도 전략이 필요한 이유

소송도 싸움이므로 이겨야 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수사단계는 재판단계와 달리 비공개입니다. 여기서 비공개라는 것은 수사 진행 상황과 사건 기록을 알려주거나 보여주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비공개의 예외가 있는데 바로 고소당한 사람에게 고소장을 복사해서 주는 것입니다. 이는 고소당한 사람에게 최소한의 방아권을 보장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고소장을 보여준다는 것이지 고소장과 함께 제출한 서류나 그 이후에 제출하는 서면을 보여준다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고소를 하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에게 어떤 부분까지 보여줄지 전략을 짜서 고소장을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는 변호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위와 같은 점을 모르는 변호사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10년 이상 검사로 근무하면서 성범죄 사건만 전담한 적도 있었는데, 고소인이 제출한 고소장을 보면 그것이 대형 로펌이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은 것임에도 놀라울 정도로 엉망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소를 당한 경우는 물론이고, 고소를 하는 경우에도 꼼꼼한 변호사와 상담받으시길 바랍니다.

의사를 찾아갈 때와 변호사를 찾아갈 때는 다릅니다. 큰 병에 걸린 것이 아닌 이상 통상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찾아갑니다. 즉, 의사가 누구인지를 따져보고 병원을 찾지 않습니다.

그러나 변호사는 다릅니다. 변호사이기만 하면 누구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즉, 변호사는 누구인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변호사를 찾아갈지 고민이시라면 아래 글 꼭 읽어보세요.

"좋은 변호사 고르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