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대 중과실 교통사고, 이럴 때 처벌받지 않습니다
음주운전은 교통사고의 가장 흔한 발생 원인 중 하나지만, 신호위반, 속도위반과 같은 부주의로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교통사고의 원인이 무엇이든 교통사고를 발생시켰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처벌받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수행한 사건 중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발생시켰음에도 처벌받지 않고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이 있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음주교통사고라도 사람이 다쳐야 처벌 가능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신호위반, 속도위반 기타 어떠한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더라도 교통사고 부분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에게 상해의 결과가 발생해야 합니다. 이는 술에 취한 상태가 심할 때 적용되는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의 위험운전치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쉽게 말해 아무리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켰어도 피해자가 다치지 않았다면 처벌받지 않습니다. 물론 여기서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은 교통사고 부분이고, 음주운전은 당연히 처벌받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를 다쳐야 처벌받는 수준인지가 쟁점이 됩니다. 동전 크기의 멍만 들어도 다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허리가 살짝 뻐근한 정도도 다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경계가 애매합니다.
다쳐서 처벌받는 수준을 법적으로는 '상해'의 결과라고 하는데 이는 의학적 판단이 아닌 법적 판단입니다. 통상 진단서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진단서가 제출되면 상해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즉, 진단서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진단서가 있어도 상해가 부정될 수 있고, 진단서가 없어도 상해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전치 2주 또는 3주의 진단서가 제출된 경우 반드시 상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는지 매우 애매합니다. 왜냐하면 특별히 아프지 않은 사람도 전치 2주 또는 3주의 진단서를 받는 것이 어렵지 않고, 정말 많이 아픈 사람도 엄격한 의사를 만나면 고작 전치 2주 또는 3주의 진단서를 발급해 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통상 경찰, 검사, 판사 할 것 없이 진단서가 제출되면 기계적으로 상해의 결과를 인정하는데 이는 꼼꼼한 검토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주의를 요합니다.
제가 수행한 사건에서 의뢰인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앞 차를 들이받아 피해자들 3명에게 각 전치 2주와 3주의 상해를 입힌 것으로 인정되어 재판에 회부되었습니다. 진단서가 제출됨에 따라 1심 재판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의뢰인은 이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직장에서 해고되는 절박한 상황에서 2심 재판을 앞두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모든 사건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에 매사에 의뢰인의 사연을 자세히 경청하고, 기록을 꼼꼼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검토 결과, 음주운전 처벌은 당연히 감수해야겠지만 과연 피해자들이 제출한 진단서만으로 '상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에 2심(항소심)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다투기로 하였습니다. 음주운전을 한 당사자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 때문에 위축되어 억울한 부분이 있어도 법정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다투기 어려우므로 이럴 때 의뢰인을 대변하여 다투는 것이야말로 변호사의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는 처벌받아 마땅한 범죄인을 비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의뢰인과의 상담 및 증거기록, 1심 재판 기록 그리고 1심 판결문을 통해 교통사고 당시 충격의 정도, 사고 직후 피해자들의 진술과 몸 상태, 사고 이후 변화한 피해자들의 진술과 몸 상태, 전치 2주 내지 전치 3주의 진단서가 통상 병원에서 어떤 식으로 발급되는지, 전치 2주 내지 전치 3주의 진단서만으로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유사 사안에서의 판결, 피해자들이 제출한 진단서와 진료기록 등을 정밀 분석하였고, 이를 토대로 의견서를 작성하였으며, 법정에서도 적극적으로 변론하였습니다.
그 결과, 2심(항소심) 재판부는 우리의 주장이 설득력 있다고 판단하여 음주운전으로 인한 12대 중과실 교통사고임에도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검찰의 상고로 3심(대법원)까지 갔으나,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였고, 결국 무죄가 확정되어 의뢰인은 해고의 불안으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면담을 통해 사실관계를 자세히 경청하고, 수사기록과 1심 재판 기록을 꼼꼼하게 검토한 결과, 음주운전 처벌은 당연히 감수해야겠지만 피해자들이 제출한 진단서만으로 처벌받아야 하는 수준의 상해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에 2심(항소심)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다투기로 하고, 관련 사례는 물론 우리나라의 진단서 발급 현실 등에 대해 조사하였고, 피해자들이 제출한 의료기록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분석하여 상해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재판에서 변론하였습니다.
그 결과, 2심에서 법원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12대 중과실 교통사고임에도 무죄를 선고하였고, 대법원도 저희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음주운전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되어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진단서만으로 상해로 봐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어떻게 다투어야 할지에 대한 전략을 세우는 것은 모두 검사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였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꼼꼼하게 사실관계를 따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고, 여기에는 법 지식은 물론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검토 없이 의뢰인에게 자백하라고 권유하거나 그저 반성문과 탄원서를 써오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도와줄 변호사를 찾고 계시다면 아무리 급해도 아래 글은 꼭 읽어보세요.
"좋은 변호사 고르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