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위반, 약사법위반, 특히 더 꼼꼼한 변호사가 필요한 이유
검사로 근무할 때나 변호사로 근무하는 지금 의료법이나 약사법 사건을 맡으면 머리부터 아픈 것이 사실입니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다 보니 법조문을 포함하여 관련 자료, 판결문, 관계 기관 사이에 주고받은 공문 등 마치 암호와 같은 말들로 이루어져 있어 도무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사건의 당사자인 의사 선생님이나 약사 선생님은 아무리 가벼운 수준의 처벌이라도 그 자체로 자격과 면허를 박탈당해 생계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의료법, 약사법 사건을 맡게 되는 경찰, 검사, 판사는 사건을 장기간 방치하기 일쑤고, 변호사들도 머리가 아파 사건 맡기를 꺼려 하거나 수임에 욕심이 생겨 일단 맡아도 열심히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결과가 잘못되면 그저 검사, 판사 핑계를 대기도 합니다.
최근 맡았던 의료법, 약사법 사건에서 억울함을 풀고 불기소처분(무혐의, 기소유예)을 받았는데, 이를 토대로 의료법위반, 약사법위반 사건에서 특히 더 꼼꼼함이 중요한 이유를 적어보았습니다.
의료법위반, 약사법위반 사건의 특성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의료법, 약사법과 관련된 사건은 기본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경찰, 검사, 판사, 변호사 할 것 없이 쉽게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손이 가지 않는다는 것은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 있음을 의미하고, 더 나아가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의료법위반, 약사법위반 사건은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사용되는 단어 하나하나가 어렵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다 보니 수사와 재판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당연히 낯설고, 사건 기록에 반드시 등장하는 관련 협회나 식약처와 같은 관계 부서 사이에 주고받은 공문들도 온갖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도 가득 차 있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욱 문제는 사건을 맡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관계 기관의 고발이나 수사의뢰가 있으면 수사를 개시하고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물리적인 해석만으로 재판에 회부하며, 법원에서도 쉽게 유죄가 선고되기도 합니다.
억울함을 풀기 위한 첫 번째 단추는 변호사의 꼼꼼함
검사 재직 시절, 의료법이나 약사법과 같은 전문성을 요하는 사건을 맡으면 가장 먼저 한 일은 관련 법조문을 모두 출력한 다음 하나하나 분석하는 것이었습니다. 조문에 나오는 단어 하나하나를 주무 부서 담당자와 전화로 또는 대면한 상태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였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사람의 입장도 자세히 경청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습관은 변호사로 근무하는 현재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맡았던 사건은 의뢰인이 한 의료행위가 승인이 필요한 행위에 해당하는가가 핵심이었는데, 법조문도 명확하지 않았고, 관계 부서나 담당자들도 해석이 저마다 상이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우선 의뢰인이 억울해 할만한 사건인지부터 파악해야 해서 의뢰인을 귀찮게? 하였습니다. 제가 이해할 때까지 여러 번 방문을 요청하였고, 관련 용어와 사건의 내용 전체를 저의 언어로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공부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의견서와 구두변론을 통해 담당 검사님을 설득한 결과 무혐의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의뢰인은 자격과 면허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의료업위반 사건이나 약사법위반 사건의 내용은 의사 선생님이나 약사 선생님이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해당 분야의 비전문가에게는 그저 암호와 같이 들리기 쉽습니다. 경찰, 검사, 판사와 같은 해당 분야 비전문가가 이해하려면 암호를 일상 용어로 전환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변호사의 열정과 꼼꼼함이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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