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출신변호사'의 숨겨진 진짜 의미

최근 강간죄로 고소당해 상담을 받으러 온 의뢰인한테 받은 질문입니다.

"변호사님, 제가 꼼꼼하게 검색을 해봤는데 왜 로펌들은 홈페이지에 변호사들 출신 학교를 안 적는 곳이 그렇게 많아요?"

"이전에 상담 받은 로펌은 서울대출신변호사들이 많던데 그런 곳은 서울대 법대 나온 분들끼리 만든 곳인가요?"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찾는 의뢰인에게 있어 반드시 정확히 알 필요가 있는 매우 중요한 내용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지방에서 의대를 졸업하여 의사가 된 사람이 자신을 '서울대 출신 의사'라고 소개하면 어떨까요? 비록 서울대 의대를 나온 것은 아니지만 서울대를 졸업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리고 사석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소개해도 상관 없습니다.

그런데 의사를 찾는 환자에게 소개되는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왜냐하면 환자의 입장에서 '서울대 출신 의사'는 서울대학교에서 의학을 전공한, 즉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구입하러 백화점에 갈 때 매장 주인의 학력에 관심 갖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의사를 찾는 환자에게 있어서 의사의 학력은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꼼꼼하게 인터넷 서핑을 통해 '서울대 출신 의사'를 찾는 사람의 속마음은 결코 '서울대 출신이기만 하면 의학 공부는 어디에서 했든 상관없어'는 아닐 것입니다.

변호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뢰인이 변호사를 찾을 때 이용하는 네이버나 구글, 지하철 벽면 광고를 보면자신을 '서울대 출신 변호사', 'SKY출신 변호사'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주는 메시지는 당연히 '서울대학교 내지는 SKY대학교에서 법을 전공한 사람이다' 입니다.

그런데 서울대학교에서는 전혀 법 공부를 한 적이 없는 변호사들도 서울대를 나오기만 하면 모두 자신을 '서울대 출신 변호사'라고 소개합니다. 이런 소개가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를 찾는 의뢰인에게는 잘못된 정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misleading).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네이버 광고는 물론 개인 블로그, 회사 홈페이지 등에 학벌을 기재할 때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만 골라서 쓰고 나머지는 언급하지 않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예를 들어 ① 서울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지방 로스쿨을 나온 경우 학력에 '서울대학교'만 적거나, ② 학부와 로스쿨 모두 지방에서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나 박사 과정 중에 있으면 학력에 '서울대학교'라고만 적습니다. 물론 아예 아무것도 적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학력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고, 학벌이 뛰어난 변호사가 반드시 훌륭한 변호사도 아닙니다. 그러나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사건을 맡기려고 하는 의뢰인의 입장에서 변호사의 학력은 매우 중요한 고려 요소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어떤 변호사가 능력 있고, 나의 사건을 열정적으로 맡아줄지는 미리 알 수 없기에 수많은 변호사 중 누군가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서라면 학력(특히 학부)과 전공(학부에서의 전공), 출신시험(사법고시 혹은 로스쿨)은 더욱 중요한 요소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