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조사에서 반드시 변호사 동행이 필요한 경우
"변호사님, 혹시 경찰조사 받을 때 동행해 주시나요?"
형사사건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경찰조사나 검찰조사를 앞두고 있는데 조사받으러 갈 때 같이 가줄 수 있냐는 것입니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 변호사가 함께 가는 것을 조사 동행, 조사 참여 또는 조사 입회라고 부릅니다. 같이 가고, 안 가고를 떠나 조사받을 때 변호사가 같이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조건 같이 간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조사받을 때 같이 가는 이유, 과연 변호사들은 알까?
조사받을 때 같이 가줄 수 있냐는 질문을 하는 의뢰인에게 변호사가 같이 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항상 되묻습니다. 의뢰인은 법률가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할 수 있지만 그래도 과연 의뢰인이 생각하는 같이 가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동료나 후배 변호사가 의뢰인과 함께 경찰서나 검찰청에 간다고 하면 역시 똑같은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과연 변호사들은 의뢰인이 조사받을 때 같이 가는 이유를 알고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놀라운 점은 법률지식이 없는 의뢰인이나 법률지식이 있어야만 하는 변호사나 위 질문에 대한 답변이 똑같다는 점입니다. 그 답변은 예외 없이 아래 중 하나입니다.
"의뢰인이 경찰서에 혼자 가는 것을 무서워할까봐"
"의뢰인이 조사받을 때 긴장할까봐"
"경찰이 무섭게 할까봐"
"의뢰인이 경찰 질문에 답할 때 실수할까봐"
"경찰이 인권을 침해할까봐"
"경찰 질문에 변호사가 대신 답변해 주기 위해서"
변호사들조차 위에 든 답변 예시를 벗어난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의뢰인은 법 지식이 없으니 그럴 수 있다 쳐도 변호사는 위와 같이 답변하면 안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들조차 위와 같이 답변하는 이유는 수사경험이 없어 절차를 알지 못하는 데다 동행하는 이유를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수사는 비공개, 재판은 공개
조사받을 때 변호사의 동행이 필요한 이유는 수사관이 질문하는 것을 현장에서 변호사의 귀로 라이브로 직접 들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수사(경찰과 검찰)는 비공개이고, 재판(법원)은 공개입니다. 여기서 공개, 비공개의 대상은 사건 기록입니다. 따라서 수사단계에서는 경찰이 어떤 증거를 수집했는지, 나를 고소한 상대방이 어떤 주장을 하고 어떤 자료를 제출했는지 등을 수사기관이 알려주지 않는 한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조사할 때 경찰이나 검사는 아무 질문이나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를 토대로 추궁을 하기 때문에 이때 변호사가 현장에서 질문을 직접 듣는다면 상대방이 어떤 주장을 하고 있고, 어떤 증거들이 수집되어 있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동행하는 것이고, 이를 토대로 변론 방향을 정하고, 필요한 증거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사를 해본 경험이 있는 변호사라면 경찰 앞에 놓인 서류만 보아도 대략 어떤 증거들이 수집되어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동행 시 해야 할 일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변호사들은 조사받을 때 옆에서 핸드폰 만지기 바쁩니다.
동행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따라 결정해야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3항은 조사에 참여한 변호인은 조사 후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신문 중이라도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얻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규정 자체로 변호사가 대신 답변할 수 없고, 변호사가 사건을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신 답변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변호사를 선임했으니 모든 것은 변호사를 통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조사받을 때 변호사가 함께 갈지 여부는 사건의 성질에 따라 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백하는 음주운전 사건의 경우처럼 특별한 쟁점이 있는 것이 아니고, 곤란한 질문이 예상되는 사건이 아니라면 굳이 변호사가 동행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음주운전 사건이라도 음주수치에 대해 이의가 있거나 단속 과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부분이 있거나 성범죄, 재산범죄, 군인 사건과 같이 당사자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경우에는 변호사가 동행하여 수사관의 질문을 직접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사건이 과연 동행이 필요한지 먼저 상세한 상담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무작정 조사받을 때 함께 가준다는 말에 현혹될 일이 전혀 아니고, 동행의 필요성이 무엇인지, 수사관의 말 중 어떤 부분을 귀담아들어야 하는지 등을 상담을 통해 먼저 진단해 드리고 있습니다. 가사 동행의 필요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예상되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조사받기 전에 꼼꼼하게 챙겨드리고 있습니다.
조사받을 때 동행해 주는 것만도 가능하냐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위에 적은 것처럼 동행의 목적은 사건의 쟁점이 무엇인지 수사관의 질문을 직접 들으면서 파악한 다음 이를 토대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행만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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