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기소유예와 무혐의를 위해 필요한 것
성추행을 비롯한 성범죄는 유죄로 인정될 경우 징역, 집행유예, 벌금뿐만 아니라 신상정보가 공개되기도 하고, 취업제한을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회사 규정에 따라 해고되기도 하고, 공무원이나 군인의 경우 징계와 더불어 연금이 박탈되기도 합니다.
최근 다수의 성추행 사건에서 기소유예, 불기소(무혐의), 불송치 결정을 받았습니다. 기소유예는 범죄는 인정되지만 검사님으로부터 선처를 받는 것이고, 불기소와 불송치는 아예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많은 분들이 피해자와 합의만 하면 당연히 기소유예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고, 합의 이외에도 준비할 것들이 많습니다.
성추행 사건들의 공통점
다양한 성추행 사건들이 있지만 통상 공통점들이 있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가 우발적으로 여성의 신체를 만지거나 술에 취해 귀가하던 중 지나가던 여성에게 다가가 말을 걸다가 여성의 신체를 만지거나 함께 근무하는 직장 동료의 신체를 함부로 만져 고소당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비록 처음부터 작정하고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여성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였기 때문에 강제추행죄가 성립합니다(성추행은 정확한 용어가 아니고, 강제추행이 정확한 용어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꼼꼼한 상담을 통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였는가를 따지는 것이고, 묵시적으로라도 상대방의 승낙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면 범죄를 인정해서는 안 되고, 치열하게 싸워야 합니다.
합의는 중요하나 쉽지 않음
나의 행위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추행이었다면 피해자인 상대방과 합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적으로 합의는 돈을 주는 것이 아니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주는 것입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통상 합의금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합의가 생각보다 쉽지는 않습니다. 가해자 입장에서 피해자가 누군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고, 안다고 하더라도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가 직접 피해자가 연락하는 것은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어 엄격히 금지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모를 경우 경찰을 설득해서 피해자의 연락처와 합의 의사를 확인해야 하고,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있다면 변호사(국선변호사 포함)에게 연락해야 합니다.
위와 같은 절차를 개인이 혼자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변호사의 열정과 의지입니다. 합의를 성사시키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다소 귀찮음까지 감수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경우 변호사들은 합의를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기껏해야 상대 변호사에게 전화해서 "얼마면 될까요?" 식으로 협상할 뿐입니다.
제가 맡은 다수의 성추행 사건에서는 경찰관을 설득해서 경찰관을 통해 피해자와의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고, 피해자의 변호사와 수십 번의 전화 통화 및 문자메시지를 통해 힘들게 합의를 성사시키기도 하였습니다. 피해자와 직접 연락할 수 없기에 검사님께 피해자를 위해 국선변호사를 선정해달라고 해서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하였습니다.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한 열정과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습니다.
합의만으로 기소유예 가능할까?
주의할 점은 합의가 되었다고 해서 바로 기소유예 선처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참고로 처벌을 받지 않는 것도 선처지만 정식재판 대신 약식처분을 받거나 무거운 처벌 대신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것도 선처에 해당합니다. 제가 검사로 일하면서 성범죄 사건을 전담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결코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해서 선처해 주지는 않았고, 기소유예는 커녕 구속시킨 적도 있으며, 정식재판에 회부한 경우도 매우 많았습니다.
결국 선처를 받기 위해서는 검사님을 설득해야 하기에 합의 이외에도 다양한 자료들을 준비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 검사로 근무했을 때의 경험을 토대로 선처에 유리한 자료들이 무엇인지 목록으로 정리하여 준비시켜드리고 있습니다. 반성문과 탄원서로 선처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매우 큰 착각입니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책상 앞에 앉아 작성하는 반성문이나 친한 지인에게 부탁해서 받은 탄원서만으로 선처해 줄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최선의 결과를 위해 꼼꼼한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의사를 찾아갈 때와 변호사를 찾아갈 때는 다릅니다. 큰 병에 걸린 것이 아닌 이상 통상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찾아갑니다. 즉, 의사가 누구인지를 따져보고 병원을 찾지 않습니다.
그러나 변호사는 다릅니다. 변호사이기만 하면 누구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즉, 변호사는 누구인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상담을 해주는 사람이 변호사가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변호사를 찾아갈지 고민이시라면 아래 글 꼭 읽어보세요.
"좋은 변호사 고르는 법"